2025년 4월 5일 오후 11시 30분
月火水木金土日
짧은 기도
비록 부족함이 있더라도, 마음만은 언제나 풍요롭기를
고독한 시간이 무겁더라도, 그 속에서 자신을 깊이 숙성해 가기를
누구의 인정도 바라지 말고, 스스로를 온전히 인정하기를
망설여질 때엔 두 손을 놓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용기를 갖기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더 어려운 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기를
그리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아가기를
비록 부족함이 있더라도, 마음만은 언제나 풍요롭기를
고독한 시간이 무겁더라도, 그 속에서 자신을 깊이 숙성해 가기를
누구의 인정도 바라지 말고, 스스로를 온전히 인정하기를
망설여질 때엔 두 손을 놓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용기를 갖기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더 어려운 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기를
그리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아가기를
2025년 3월 28일 오전 12시 48분
月火水木金土日
불 공기
바깥으로 나와 크게 한 번 공기를 들이마신다.
바깥으로 나와 크게 한 번 공기를 들이마신다.
2025년 3월 23일 오후 11시 42분
月火水木金土日
고비사막
어미낙타는 보통 14개월 동안 새끼를 몸에 베고, 무리에서 떨어져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새끼가 네 발로 일어서기까지 보통 3일이 걸리고, 일어서야지만 어미의 젖을 물고, 제 발로 걸어 무리로 돌아 올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3일동안 새끼는 사막늑대나 다른 짐승들의 사냥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어미는 새끼 주변에서 그 시간을 함께 보낸다.
내가 본 다큐멘터리에서는 새끼가 일어나는 속도가 더뎌지자 유목민이 새끼를 안고 오토바이에 타서 유목지로 데려오는데, 이 때 어미 낙타가 오토바이 뒤를 전력으로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64km정도의 속도. 낙타는 뜨거운 사막에서 몸에 열을 내지 않기 위해 전력으로 뛰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예외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같다.
어미 낙타가 사막을 전력으로 질주 하는 모습에서 맹목적인 초점과 목숨을 바치는 헌신의 모습을 본다. 기존의 속도를 벗어나 새로운 속도를 내야만 새끼의 곁을 지킬 수 있기 때문 아니였을까.
새끼 낙타는 어미 낙타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인간으로 태어난 나의 방향과 속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사막을 달리는 어미 낙타의 절반이라도 나의 전력을 내 보았는가. 아직도 남아있는 덜어내야 할 부유물이 수면위로 떠 오른다.
2025년 3월 12일 오전 9시 13분
月火水木金土日
기억하는 향기 2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서 내쉬고, 인천 공항에서 들이마셨던 공기
코와 목 뒤로 꺼끌한 스침과 똑같이 파람에도 한 겹 탁해진 하늘
토론토 아일랜드에서 맡았던 온타리오 호수 위 햇볕 향기와 인천대교를 건너며 버스창문 너머의 바다 짠 내음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서 내쉬고, 인천 공항에서 들이마셨던 공기
코와 목 뒤로 꺼끌한 스침과 똑같이 파람에도 한 겹 탁해진 하늘
토론토 아일랜드에서 맡았던 온타리오 호수 위 햇볕 향기와 인천대교를 건너며 버스창문 너머의 바다 짠 내음
2025년 3월 9일 오후 6시 41분
月火水木金土日
기억하는 향기 1
반달 모양 쇠파이프를 이어 길에 만든 지붕, 동네 사람들은 그 길을 장미 덩굴 길이라 불렀던 것 같다
실내화 가방을 빙글빙글 돌리며 학교와 집을 이어주던 그 길에서 나는 몇번의 계절을 만났다
바람이 따뜻해지면 쇠파이프를 따라 자란 줄기가 녹색으로 변하고 꽃봉오리가 솟았다
겹겹이 포개어 빨갛고 황홀한 향기, 하늘이 가려질 만큼 빽빽하게 엉켜 있던 가시 줄기와 꽃
지그재그로 걸으며 장미 덩굴에 파묻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마음대로 늘렸던 기억
반달 모양 쇠파이프를 이어 길에 만든 지붕, 동네 사람들은 그 길을 장미 덩굴 길이라 불렀던 것 같다
실내화 가방을 빙글빙글 돌리며 학교와 집을 이어주던 그 길에서 나는 몇번의 계절을 만났다
바람이 따뜻해지면 쇠파이프를 따라 자란 줄기가 녹색으로 변하고 꽃봉오리가 솟았다
겹겹이 포개어 빨갛고 황홀한 향기, 하늘이 가려질 만큼 빽빽하게 엉켜 있던 가시 줄기와 꽃
지그재그로 걸으며 장미 덩굴에 파묻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마음대로 늘렸던 기억
2025년 3월 8일 오전 10시 52분
月火水木金土日
보라빛 비
눈 모서리의 방울이 뜨거운 용암처럼 떨어졌다
방울은 떨어지며 내 볼을 따라 한여름의 소나기가 되어 식어간다
늦은 시간 때문인지 힘이 풀린 몸을 소파에 기대어 다리를 뻗자
서울 밤 하늘에 보라빛 비가 쏟아진다
눈 모서리의 방울이 뜨거운 용암처럼 떨어졌다
방울은 떨어지며 내 볼을 따라 한여름의 소나기가 되어 식어간다
늦은 시간 때문인지 힘이 풀린 몸을 소파에 기대어 다리를 뻗자
서울 밤 하늘에 보라빛 비가 쏟아진다
2025년 3월 4일 오후 9시 35분
月火水木金土日
초저녁에
수영을 마치고 동네 산책 시간을 갖는다.
작년에 이곳으로 이사 온 뒤로 눈에 밟히던 동상 앞에 잠시 길을 멈춰본다.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질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수영을 마치고 동네 산책 시간을 갖는다.
작년에 이곳으로 이사 온 뒤로 눈에 밟히던 동상 앞에 잠시 길을 멈춰본다.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질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2025년 3월 2일 오후 11시 51분
月火水木金土日
재등록
“도서 대출을 원하시면 재등록을 해 주셔야 합니다"
대출 카드를 만든 지 2년이 지나서 재등록이 필요하다고 사서분께서 알려주셨다.
카드를 처음 만들던 날과 도서관 사서대 앞에 서 있는 지금 순간이 깜빡이듯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친다.
마음에 드는 책 몇 권을 빌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궁금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던 나의 2년 전 다짐을 어쩌다가 오늘에서야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대출 카드를 재등록해서 다행이다.
“도서 대출을 원하시면 재등록을 해 주셔야 합니다"
대출 카드를 만든 지 2년이 지나서 재등록이 필요하다고 사서분께서 알려주셨다.
카드를 처음 만들던 날과 도서관 사서대 앞에 서 있는 지금 순간이 깜빡이듯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친다.
마음에 드는 책 몇 권을 빌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궁금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던 나의 2년 전 다짐을 어쩌다가 오늘에서야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대출 카드를 재등록해서 다행이다.
2025년 3월 2일 오전 5시 38분
月火水木金土日
신문 더미
재활용 종이를 버리러 집 앞에 나갔다가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하얗고 조그만한 꽃 봉오리 여러개가 올라온 것을 보았다. 검고파란 조용한 새벽.
재활용 종이를 버리러 집 앞에 나갔다가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하얗고 조그만한 꽃 봉오리 여러개가 올라온 것을 보았다. 검고파란 조용한 새벽.
2025년 3월 2일 오전 5시 11분
月火水木金土日
정독 도서관을 걸으며
엊그제와 다르게 어제는 도서관 휴관일이었다. 주차장 진입을 기다리는 차량 틈에서 옆 길로 안내해 준 아저씨로부터 출구 차단기를 열어 주신 아주머니.
문 앞에 동상처럼 쪼그려 앉아있던 사람, 날아가지 않고 우는 까치 두 마리, 그리고 도서관 분수대 옆에서 또다시 ‘하얀 고양이’를 만났다.
선명한 꿈에서 깨어나면 시작되는, 막연하다가도 점차 분명해지는, 명쾌한 설명이 어려운 전부가 도서관 앞 정원 곳곳으로 다가오는 오후를 걷는다.
저녁에 맡은 짙은 비 냄새향기가 오늘 떨어지고 있구나. ‘도서관 문이 열리면 돌아와서 책을 빌려봐야지’ 하고 도서관 앞 정원을 빠져나왔다.
엊그제와 다르게 어제는 도서관 휴관일이었다. 주차장 진입을 기다리는 차량 틈에서 옆 길로 안내해 준 아저씨로부터 출구 차단기를 열어 주신 아주머니.
문 앞에 동상처럼 쪼그려 앉아있던 사람, 날아가지 않고 우는 까치 두 마리, 그리고 도서관 분수대 옆에서 또다시 ‘하얀 고양이’를 만났다.
선명한 꿈에서 깨어나면 시작되는, 막연하다가도 점차 분명해지는, 명쾌한 설명이 어려운 전부가 도서관 앞 정원 곳곳으로 다가오는 오후를 걷는다.
저녁에 맡은 짙은 비 냄새향기가 오늘 떨어지고 있구나. ‘도서관 문이 열리면 돌아와서 책을 빌려봐야지’ 하고 도서관 앞 정원을 빠져나왔다.
2025년 2월 22일 오전 12시 13분
月火水木金土日
수영장에서
잠시 물속에서 나와 어린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동그란 입으로 숨을 잡고 가느다란 팔을 돌려가며 앞으로 헤엄치는 모습은 내게 이질적이지 않다.
시선을 거두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수영장 바닥을 바라보며 헤엄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바다속에 살았던 때를 기억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명과 직결되는 숨을 참아가며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 아이는 펭귄처럼 헤엄치고, 어떤 아저씨는 물개처럼, 지난번에 만난 할아버지는 해파리처럼 저마다의 ‘물 속’을 즐긴다.
수영을 마치고 샤워실로 돌아오니 목욕탕 안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잠시 물속에서 나와 어린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동그란 입으로 숨을 잡고 가느다란 팔을 돌려가며 앞으로 헤엄치는 모습은 내게 이질적이지 않다.
시선을 거두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수영장 바닥을 바라보며 헤엄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바다속에 살았던 때를 기억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명과 직결되는 숨을 참아가며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 아이는 펭귄처럼 헤엄치고, 어떤 아저씨는 물개처럼, 지난번에 만난 할아버지는 해파리처럼 저마다의 ‘물 속’을 즐긴다.
수영을 마치고 샤워실로 돌아오니 목욕탕 안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2025년 2월 19일 오후 12시
月火水木金土日
사진에 관한 생각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창작 과정이 ‘현재’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나간 장면들은 시간의 숙성을 통해서 더욱 명확하게 받아들여지는 절차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사진 ‘촬영'은 언제나 현 시간을 더 작게 쪼개어 이루어진다.
따라서 흐르는 강물과 같은 현실에 뛰어들어야만 실질적인 사진촬영 즉 ‘작업’이 가능하다.
몸을 내 던져 맡기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하나의 ‘당장’을 물질화하는 사진을 통해서 시간을 초월한 사색과 사유를 얻는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창작 과정이 ‘현재’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나간 장면들은 시간의 숙성을 통해서 더욱 명확하게 받아들여지는 절차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사진 ‘촬영'은 언제나 현 시간을 더 작게 쪼개어 이루어진다.
따라서 흐르는 강물과 같은 현실에 뛰어들어야만 실질적인 사진촬영 즉 ‘작업’이 가능하다.
몸을 내 던져 맡기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하나의 ‘당장’을 물질화하는 사진을 통해서 시간을 초월한 사색과 사유를 얻는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것은 아닐까.
2025년 1월 30일 오전 1시
月火水木金土日
사진에 관한 생각 1
문득 떠오른 모습. ‘시선을 어깨 너머 뒤로 향하게 하고 뒤통수 방향으로 걷는 모습’.
우스꽝스러운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진정으로 현재를 인지하고 응시하며 걸어갈 수 있는 것일까.
이미지는 보여지는 순간마다 과거를 현재로 소환한다.
지나감으로써 비로소 명확해진 장면과 상황들을 우리는 당장에 눈을 통해 보게 된다. 이는 꽤 마법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약간의 씁쓸함도 동반한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우리가 미처 주워담지 못한 것들이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질서 정연치 못하게 널브러져 있기 때문이다.
문득 떠오른 모습. ‘시선을 어깨 너머 뒤로 향하게 하고 뒤통수 방향으로 걷는 모습’.
우스꽝스러운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진정으로 현재를 인지하고 응시하며 걸어갈 수 있는 것일까.
이미지는 보여지는 순간마다 과거를 현재로 소환한다.
지나감으로써 비로소 명확해진 장면과 상황들을 우리는 당장에 눈을 통해 보게 된다. 이는 꽤 마법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약간의 씁쓸함도 동반한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우리가 미처 주워담지 못한 것들이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질서 정연치 못하게 널브러져 있기 때문이다.